며칠 전, 흥미로운 카드뉴스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바로 시선뉴스의 "색깔이 들린다고? 공감각… 재능일까, 과민 반응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요.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이고, 알파벳을 보면 맛이 느껴진다는 **‘공감각(Synesthesia)’**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술적 표현’ 정도로 생각했지만, 읽을수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할까? 이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일까, 아니면 미신 같은 이야기일까? 그렇게 흥미가 생겨서 공감각에 대해 좀 더 깊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뇌의 신비로운 연결: 공감각이란 무엇인가요?
**공감각(Synesthesia)**은 하나의 감각 자극이 다른 감각 경험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신경학적 현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숫자를 볼 때마다 항상 특정 색이 떠오르거나, 소리를 들을 때 질감이나 형태, 색채가 함께 느껴지는 식이죠. 이는 단순한 상상이나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감각 체계가 비표준적으로 연결된 뇌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감각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특별한 뇌의 반응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의 증명: 공감각, 정말 실재하는 현상일까?
네, 그렇습니다. 공감각은 단순한 예외 현상이 아니라, 의학적·신경과학적으로도 실재하는 현상으로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스캔에서는 공감각자들이 자극을 받을 때 두 개 이상의 감각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의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는 일반인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으로, 공감각이 뇌의 구조적/기능적 차이에서 비롯된 신경학적 특성임을 보여줍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2~4% 정도가 공감각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어릴 때부터 그것을 ‘당연한 감각 체험’으로 받아들이고 자라기 때문에, 나중에야 자신이 공감각자임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마치 남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술을 꽃피우는 공감각자들: 어떤 유명인이 있을까?
예술계에는 공감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인물들이 꽤 많습니다.
-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이 부분은 파랗게 연주해 주세요"라는 말을 실제로 남긴 작곡가입니다.
-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러시아의 추상화가로, 소리를 색으로 인식해 그림에 반영했습니다.
-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자신의 음악 작업 과정에서 소리의 색감과 질감을 함께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빌리 조엘(Billy Joel),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등: 음악을 색이나 형태, 공간 구조로 인식하며 곡을 만든 경험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공감각은 단순히 ‘희귀한 뇌의 오류’가 아니라, 예술적 창의력과 감각 확장의 통로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모든 공감각이 선물은 아니다: 불편함도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공감각이 유쾌하거나 창의적인 체험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공감각자들은 특정 감각 자극을 스트레스로 경험하거나, 감각이 과잉 연결되어 피로감이나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특정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강한 역한 냄새가 떠오르거나, 어떤 소리와 결합된 색감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공감각을 신경 발달의 변이(variation) 또는 **감각 체계의 민감성과 연관된 과반응(hyper-sensitization)**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경이롭지만, 때로는 그 경이로움이 예상치 못한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의미겠죠.
한국 속 공감각 이야기: 언어와 문화에서 찾아보는 흔적
한국에서 공감각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알려진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드물지만, 우리 문화와 언어 속에서 공감각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주인공 장금이 뛰어난 미각을 통해 음식을 시각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을 묘사합니다. 이는 공감각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으며,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공감각 개념을 간접적으로 소개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 한국어의 공감각적 표현 연구: 한국어에는 '시리도록 파란 하늘', '빨간 맛', '묵직한 저음'과 같은 공감각적 표현이 존재합니다. 이는 언어와 감각의 교차를 보여주는 예로, 한국어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공감각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커피 향미 표현에 대한 연구: 강윤희 연구자는 한국 사회에서 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를 분석하여, 감각 간의 교차 표현이 일상 언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인의 감각 표현에서 공감각적 요소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감각의 틀을 다시 묻다
우리는 흔히 감각을 고정된 구조로 생각합니다. ‘소리는 귀로, 색은 눈으로, 맛은 혀로 느낀다’고요. 하지만 공감각은 그런 경계를 흐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방식이 전부일까요?”
그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인간 감각의 다양성과 뇌의 놀라운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공감각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탐구가 이루어져, 우리 뇌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당신은 혹시 세상의 소리를 색으로 보거나, 특정한 맛을 형상으로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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