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짧은 생각

🐸 개구리의 사랑과 생존 — 수컷은 왜 밤마다 울까?

센드라 2025. 7. 18. 11:10

개구리들이 우산을 쓰고 떼를 이루어 울고있는 일러스트
비오는 날 개구리 울음

며칠간 폭우가 이어졌다.
늦은 밤, 조용한 동네 하천변에서는
개구리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떼로 모여 큰 울음소리를 낸다.

누군가에겐 소음이겠지만
조금만 귀 기울여보면
그 울음은 단순한 자연의 배경음이 아니라
**생명들이 목숨 걸고 펼치는 '사랑의 전쟁터'**다.


🌧️ 비 오는 밤, 개구리는 왜 그렇게 우는 걸까?

비가 많이 오고 땅에 물이 고이면
개구리에게는 번식의 절호의 기회다.
천적들은 비오는 밤에 사냥하러 나오지 않기때문이다!

수컷 개구리들은 그 물가에 몰려와
목을 부풀려 힘껏 운다.

그 울음은 암컷에게 보내는 구애의 신호다.
“여기 있어요! 나를 선택해줘요!”
그렇게 밤마다 수십, 수백 마리의 수컷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외친다.


💡 수컷이 울고, 암컷이 고른다

개구리의 짝짓기 구조는 단순하다.

  • 수컷은 울면서 어필하고,
  • 암컷은 그 소리를 듣고 가장 마음에 드는 수컷을 선택한다.

즉, 수컷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울음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해야 하고,
암컷은 그 중 하나를 고르면 끝이다.

그래서 수컷은
더 크고 선명한 울음소리,
더 오래 지속되는 리듬으로
암컷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 수컷의 고단한 생애, 암컷의 단단한 자유

수컷 개구리는
짝짓기 철이 되면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밤마다 목이 터져라 울고,
때로는 서로 몸싸움을 하며
암컷 한 마리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암컷은
한 번만 교미하고 알을 낳은 뒤,
조용히 사라진다.

이후의 시간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다시 혼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수컷은 계속 울고,
계속 경쟁하고,
또 다른 암컷을 기다린다.
이 짧은 번식 철 안에
몇 번이라도 더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이 구조는
자연이 만들어낸 철저한 번식 전략의 비대칭이다.


❓ 선착순일까? 수컷은 선택권이 없을까?

정확히 말하면,
수컷 입장에선 거의 선착순에 가깝다.

암컷이 다가오면
수컷은 누군지 가리지 않고 곧바로 등에 올라타서
‘포접(抱接, amplexus)’이라는 자세로
암컷을 꼭 껴안는다.

그건 애정이 아니라,
**산란 순간에 맞춰 정액을 뿌리기 위한 ‘생식 준비 자세’**다.
수컷은 암컷을 고르지 않고,
다가오는 암컷을 먼저 붙잡는 쪽이다.


🔁 근친교미는 안 생길까?

개구리는 혈연을 구별하지 못한다.
같은 연못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나
어미, 자식 사이의 교미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은 완전히 무방비하지 않다.

  • 홍수로 외부 개체가 유입되고,
  • 울음소리의 차이를 통해 간접적인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며,
  • 이동성이 높은 종은 다양한 장소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완전한 회피는 아니지만,
자연은 유전적 다양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 알을 낳고 나면? 돌봄은 없다

개구리는 알을 낳은 뒤, 돌보지 않는다.
암컷은 수백~수천 개의 알을 한꺼번에 낳고,
그대로 자리를 떠난다.
수컷도 마찬가지다.

이건 포유류처럼
‘적게 낳고 오래 돌보는’ 전략이 아니라,
‘많이 낳고 많이 잃고, 일부만 살아남는’ 전략이다.

자식에 대한 책임은 없지만,
그만큼 생존율도 낮다.
자연은 이렇게 잔인하고도 효율적이다.


❄️ 겨울엔 어디 있을까?

돌틈에서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들
겨울잠 자는 개구리

개구리는 겨울이 되면
땅속, 낙엽 밑, 돌 틈, 혹은 진흙 바닥으로 들어가
**동면(겨울잠)**을 잔다.

몸속에 일종의 **천연 부동액(포도당, 요소 등)**을 만들어
세포가 얼어붙는 걸 막고,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 수명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길다.

  • 작은 개구리: 3~6년
  • 황소개구리: 10년 이상
  • 사육 환경에선 15~20년까지 살기도 한다.  😮

특히 암컷은 번식 스트레스가 적고
울지 않기 때문에,
더 조용하고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 암컷 개구리는 애완용으로 적합하다?

흥미롭게도,
해외에서는 황소개구리나 아프리카 발톱개구리 같은 종을
**반려동물(pet frog)**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암컷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기가 있다:

  • 울지 않아 조용하다
  • 번식 스트레스가 없고 수명이 길다
  • 혼자 살아가는 생태이기 때문에 단독 사육에 적합하다

유튜브 등에서 “pet bullfrog”으로 검색해보면
암컷 황소개구리를 사육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단, 황소개구리는 한국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이기 때문에
절대 자연 방사하면 안 되고,
책임 있는 사육자만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쯤에서 문득 떠오른 게 있다.
우리가 어릴 때 자주 듣던 청개구리 이야기 말이다.
말 안 듣던 불효자 청개구리가 어머니 개구리의 유언을 거꾸로 따라
강가에 무덤을 써주었다는 그 슬픈 동화.

울고있는 청개구리 일러스트
청개구리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
개구리는 가족을 만들지 않고, 부모가 자식을 돌보지 않는 존재였다.
청개구리는 불효자가 아니라,
애초에 가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생명이었던 것이다.

그 동화는 인간의 감정을 개구리에게 투영한 아름다운 허구였다.
이제 다시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울음소리가 아니라 고요 속의 생존전략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 마무리하며 — 울음 뒤에 숨은 삶

비오는날 우산쓴 개구리들 일러스트
개구리의 삶

비 내리는 여름밤,
하천가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은
그저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다.

그건 작은 생명들이
모든 본능을 다 쏟아붓고 있는 시간,
사랑을 외치고, 생존을 건 경쟁을 벌이는 현장이다.

그리고 그 뒤엔
고요하게 살아가는 암컷 개구리의 삶,
끊임없이 울며 살아남으려는 수컷의 투쟁,
그리고 돌봄 없이도 자라는 수천 개의 작은 생명들이 있다.

그 모든 울음은,
결국 자연이 만든 정교한 번식 시스템의 목소리다.